80년대 예찬




드디어 안올 것만 같은 봄이 왔다.

기나긴 인고의 나날들, 아직 끝이 다가온 건 아니지만 봄이 왔다.

그동안 난 뭘 했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많은 걸 만들고 쓰고 연구했지만 발표하고 썩 만족스럽진 않다. 

그러나, 오늘 갑작스럽게 그동안의 절필을 끝내게 된 것은 이런 자책이나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참아가면서 지낸 것이 지난 2년이라면 이제는 그전보다 조금 긴 안목과 호흡이 필요한 듯 하다.

그래서 한동안 못해보았던 일들을 봄이 오면 해 봐야지 하고 겨울동안 생각했었다.

이 목록에는 충주에서 3년간 즐겼던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것들, 예컨데 수영, 달리기, 산책, 영어소설읽기,

골프연습장 (골프가 아니라), 프라모델 개조, 디지털 카메라 찍기, 고속도로 드라이빙 등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엔 블로깅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뭔가가 안에서 넘쳐나야 블로깅을 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지난 2년간의 다채로운 경험이 무엇을 먼저 블로깅을 할지 망설이게 할 정도로 많으므로

소재와 관련하여 큰 걱정은 없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급등과 국제적 금융위기를 감안하여 가급적 부정적이고 자조적이며 파괴적인 이슈는 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지난 2년간 간간히 즐겨온 문화적 쾌락거리에 대해 시간이 나는대로 기술해 보기로 한다.



우선 첫 블로깅으로 80년대 액션영화 - 특히 홍콩 액션 영화를 들고자 한다.

이는 무척이나 갑작스런 전개이긴 한데, 나 조차도 왜 이런 시간이 나도 즐기지 않았던 것을 잡게 되었는데 의문이 든다.
 
여기에는 리모컨만 잡으면 어디서건 철지난 매력적인 B급영화를 공급해주는 IPTV의 존재가 가장 주효했다고 사료되나,

특별한 계획이 없이 허무감이 엄습해 올때 생의 에너지를 전달해준 홍콩영화 특유의 존재감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홍콩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이러한 취미는 개인의 오락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 요즘에는 호사스러운 일이기에 주로 검증된 '걸작'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짜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영웅본색을 다시 보면서 장국영의 당년정을 다시 들을 수 있었고,
 
쾌찬차와 오복성에서의 젊은 날의 성룡을 (약간 성의없어 보이는) 만날 수 있었으며,
 
양리칭과 양자경의 예스마담을 (고등학교에도 안보았거늘) 보며 목숨을 건 연기에 담탄하게 되었고,

견자단의 (도화선은 세번보았다.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액션물이라 생각한다. 엽위신 최고) 분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아 어쩌자고 80년대는 이다지도 아름다왔더냐....

석양은 지고, 인생은 해피엔딩이며, 사람들은 희망에 가득차 있고, 절망은 굴레가 깊지 않다.
 
악인은 왠지 어설프게 악하고 인물의 캐랙터는 안봐도 블루레이급의 평이를 넘어선 교과서 수준들.

도시는 깔끔하고, 옷차림은 한껏 촌티나게 멋스러우며, 거리엔 부담스런 생동감이 넘친다.



다시 한번 돌아가서 80년대의 마산에서 창동을 거닐 수 있다면.
by 진심을그대에게 | 2009/03/02 19:50 | 일상생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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