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인 배경에서 비현실적인 비유를 내포한 인물이 벌이는 일련의 비현실적 사건들로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기인 하루끼의 장편들에 비해 그의 중편들 - '국경의 서쪽, 태양의 남쪽'이라든지, '렉싱턴의 유령'이라든지, 'after dark'라든지- 는 독자이 소설적 장치에 충분히 매료되기엔, 혹은 독자가 그 비유에 빠져들기엔 불충분한 길이라는 점에 있어서 기존의 하루키의 장편들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다소 껄끄럽게 읽혔던 것이 사실이었다. (단편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길이의 '밤의 원숭이'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상상력이 응집력 있게 발휘된 점들과 그의 주옥같은 초기 단편들을 중편 작품군들과 비교한다면 이점은 더욱 자명해 진다.) 그런 점에서 간만의 신작 장편은 그의 장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이고, 더구나 지난 장편인 '해변의 카프카'와 마찬가지로 두툼해 보이는 두 권이 세트로 발매되었기에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저 감수성이 페이지 마다 넘쳐 뚝뚝 떨어지는 '노르웨이의 숲'은 매 장면마다의 이미지가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하게 읽혔고 하루키의 저작들 중 가장 다독한 책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하루끼의 최고작으로는 '태엽감는 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꼽는다.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제외한다면, 초기 3부작에서도 다소 그러한 경향들은 나타나고 있었지만, 현실세계와 유사한 듯 보이지만 현실이 아닌 낮선 곳에서의 모험이라는 그의 소설의 외형적인 형식은 '해변의 카프카'에 와서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이번의 신작 '1Q84'에 있어서는 소설의 초입부터 하나의 큰 주제로 자리잡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읽다보니 뭔가가 달라진 것 같다. '하루키적인'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발한 (혹은 기괴한) 설정과, 고독에 쩔어 있는 '하루키적인' 인물들과, 눈앞에 보는 듯한 '하루키적인' 소품들이 '하루키 월드'에서의 끝없는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해 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주인골들은 약간은 감수성이 무디어진 것 같고, 그전의 소설들에서 보이던 주인공이 고독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심 즐기는 편이었다면, 신작의 주인공들은 고독이라는 상황을 괴롭게 인식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고 거의 쉬지않고 읽어 하루만에 독파하면서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 있어서 이책은 기존의 저작들에 비해 더욱 통속적인 매력들이 넘쳐나지만, 30대의 하루키에게 반했었던 나에게 있어서는 50대의 하루키는 약간 건조하게 느껴짐이 사실이다. 아직 모험의 끝은 알 수 없다. 일권의 부제가 4-6월, 2권이 7-9월이었으니 앞으로 남은 달은 이제 10-12월 밖에 없다. 이게 지나면 1Q85년이 되어버리니 1Q84라는 장편으로는 다음에 나올 책이 마지막이 되리라 생각한다. 언제 발간될지 알 순 없지만. 대저 삼부작이라 일컫는 장르들에서 가장 맥빠지는 것이 2부작째이다. 영화에서보자면 스타워즈 epidose 5와 에이리언즈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닥 2부작째에서 재미를 본 작품을 찾아보긴 힘들다. 클론워즈가 그랬고, 터미네이터가 그러했고 (일편을 네번 본 나로서는 2편은 그닥이었다), 메트릭스가 그러했다. 그러니, 둘째권의 중반 이후에 약간의 지루함이 느쪄졌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3권째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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